미 바이든 공약 이행 가시화…41% 감소
'행동 경제학' 이론 기반한 정책 대성공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이지만 빈곤층의 비율 또한 높아 부의 분배에 있어서는 실패한 나라로 꼽힌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50여년 전 당시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언한 후에도 미국의 빈곤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체 가구 중 빈곤 가정의 비율은 19 퍼센트에서 14.8 퍼센트로 겨우 4.2 퍼센트 포인트가 감소했고, 오히려 빈곤 가정 중에서도 극심한 가난을 겪는 극빈곤층 비율은 큰 폭으로 늘었다.

◆빈곤과의 전쟁 선포한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빈곤율은 여전한 미국
아동 빈곤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아동 빈곤율은 21.2퍼센트에 이른다. 즉, 세계 최대 부국 미국 아이들 중 5명 중 1명이 빈곤한 상태에 처해 있다.
이는 복지 강국인 핀란드(3.5%)의 5배이고 한국(12.3%)에 비해서도 거의 배 가까이나 되는 수치이다.

◆2018년 OECD 주요 국가 아동 빈곤율
미국의 빈곤율이 줄지 않는 원인은 사회안전망과 복지 정책의 부실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과 비슷한 유럽 국가들에 비해 미국은 소득 재분배에 소극적이다.
아동 및 가족 복지에 OECD 소속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의 2.1퍼센트를 지출하는 데 반해 미국은 겨우 0.6퍼센트만을 지출하고 있다.
심각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의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복지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아동빈곤 퇴출을 위해 개선된 아동급여정책(Enhanced Child Tax Credit)을 통과시켰다.
새로운 제도에서 특히 돋보이는 변화는 기존 아동 급여금을 연말 세금신고 후 한 번에 환급을 해주던 형태에서 이제는 매달 일정 금액을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바뀐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제도로 “1년 안에 미국 역사상 가장 크게 아동 빈곤율을 감소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과감한 약속은 지켜졌을까?
개선된 아동급여제도는 지난 7월 처음으로 시행됐는데, 지난 2년 내 세금 내역 신고를 한 가정의 경우, 미국 국세청에 신청만 하면 매달 15일에 자녀의 수와 나이, 부모의 소득 등에 따라 250~ 300달러 (약 30만~35만원)의 돈을 아동급여로 지급받는다.
개선된 아동급여제도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동 빈곤율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모델링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콜롬비아 대학교 연구진은 아무런 조치가 없었을 상황에 비해 현재 미국 아동 빈곤율이 7월 이후 41퍼센트 감소하였다고 발표했다.
또한 인구조사국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가정이 지급받은 아동급여가 아동을 위한 음식과 생필품을 사는데 쓰였다고 응답했고, '지난 한주 간 음식이 부족한 적이 있었다’고 답한 가정의 비율이 7월 15일 이후 기존 13.7퍼센트에서 9.5퍼센트로 감소했다.
이 조사 결과는 개선된 아동급여제도가 정부의 의도대로 아동 빈곤율 감소에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선된 아동급여제도의 효과
이에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를 비롯 미국 언론은 개선된 아동급여제도가 바이든 정부 최고의 업적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빈곤 극복 정책이 고무적으로 첫 출발했다고 평했다.
새로운 정책이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미시간대학교에서 아동빈곤 문제를 연구하는 루크 시퍼 교수는 개선된 제도가 행동경제학에 기반하여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반영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고전 경제학이 인간을 이기적이면서도 이성적인 존재라고 전제하는 반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심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이성적 선택을 한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행동경제학은 비이성적 행동을 이끌어 내는 인간의 심리를 경제학 이론에 접목시킨다.
개선된 아동급여제도에도 인간의 심리가 잘 반영되어 있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잡한 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점을 고려해 제도를 개선했다.
기존 제도에서 연말 세금 신고와 함께 아동급여 신청을 받았을 때는 세금신고의 복잡한 절차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아동급여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고전경제학의 가정이 틀린 것이다.
미국 국세청은 개선된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지난 2년 내 세금 내역 신고 이력이 있는 누구나 언제든 간편하게 국세청 사이트에서 아동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상시에 간편하게 신청하도록 바꾼 것이다. 이 덕분에 아동급여 신청자가 점점 늘어 7월에는 160만 명의 아이들이 수당을 받았지만 8월에는 4배 증가한 610만 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입었다.
게다가 개선된 제도는 행동경제학 선구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틸러가 말한 ‘멘탈 계좌’를 잘 활용하고 있다.
리처드 틸러는 인간은 머릿속에 멘탈 계좌가 있어서 명확한 이유로 돈을 지급 받으면 그 목적으로 지출하려는 무의식적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1970년대 영국에서 아무런 이름 없이 수당을 지급할 때보다 ‘아동수당’이라는 이름을 써서 전달했을 때 수당이 아이들의 음식과 필수품을 사는데 더 많이 쓰였다는 연구 결과가 멘탈 계좌 이론을 뒷받침 한다.
기존 제도를 통해 1년에 한번 아동수당을 지급받는 경우 전체 세금공제금액과 함께 지급 되기 때문에 얼마가 정확히 아동수당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한 번에 큰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이 돈을 주택융자금을 갚는데 쓰거나 저축하는 데 쓰는 가정이 많았다.
개선된 제도가 매달 지급되는 이유는 이렇게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줄이기 위함이다.
리차드 틸러가 말한 멘탈 계좌의 효과로 수당을 지급받은 부모들은 아동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입금된 돈을 오롯이 아이들을 위해 썼고, 그 결과 즉각적 아동 빈곤율 감소가 가능했다.
이 제도를 수년간 주장해온 마이클 베넷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국이 부자 나라 중 아동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 제도는 앞으로 널리 퍼질 것이고, 사람들은 더 이상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선된 제도가 영구히 정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미시간 = 우어진 글로벌 리포터 wj07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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