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격 인상의 경영학
출처 : 매경이코노미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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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격 인상의 경영학
“우리가 보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하고, 더 상승할 위험이 있다. 장기적인 경기 확장을 위해 물가 안정에 헌신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국내 물가 안정과 경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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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있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하고, 더 상승할 위험이 있다. 장기적인 경기 확장을 위해 물가 안정에 헌신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국내 물가 안정과 경제 리스크 관리가 1분기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2월 소비자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투입하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내외 경제 수장들이 잇따라 ‘물가 안정에 올인’을 외친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임을 방증한다. 매경이코노미가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한 40여개 기업의 인상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인상률은 7.5%에 달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한 1월 외식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5.5%를 훨씬 웃돈다. 1월 물가 상승률도 2009년 2월(5.6%)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였다.
인플레이션 국면에 괴로운 것은 소비자만이 아니다. 사업자도 곤혹스럽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자니 경쟁사에 고객을 뺏길까 두렵고, 해서 가격을 안 올리자니 출혈이 크다.
기업과 시장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가격 인상의 황금률’은 무엇일까.

스타벅스를 필두로 최근 국내 커피 브랜드들의 릴레이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매경DB)
▶가격 인상도 ‘형님 먼저’
▷스벅·교촌 ‘총대’에 후발 기업 ‘생큐’
가격 인상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원자재, 최저임금이 오르면 동종 업종이 모두 가격 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하지만 먼저 인상하면 여론의 십자 포화를 맞으니 서로 눈치만 본다. 이럴 때 총대를 메는 것은 대개 ‘1위 기업’이다. 농심, 스타벅스, 교촌치킨, 오비맥주 등이 대표 사례다.
스타벅스가 지난 1월 중순 아메리카노 가격을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약 10%(400원) 올리자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탐앤탐스, 커피빈도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치킨 업계에서는 교촌치킨이 지난해 11월 제품 가격을 평균 8.1% 인상하자, bhc도 한 달 뒤 일부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올린 바 있다.
역풍을 무릅쓰고 1등 기업이 총대를 메는 이유는 뭘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높은 점유율에서 오는 자신감이다. 1위 기업은 소비자 선호가 가장 높은 만큼, 가격 인상 후에도 수요 감소가 가장 덜할 것이라는 일종의 배짱이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한 한 1위 기업 관계자는 “소비자에게는 원성을 사지만 업계에서는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다. 원성도 오래가지는 않더라. 가격 인상 후 2개월 정도는 다소 주문량이 감소하지만 3개월 뒤에는 다시 이전 수요가 회복되는 것을 수차례 경험했다. 그만큼 소비자 충성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1위 기업의 가격이 곧 ‘업계 표준’이 되는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다. 배가 닻(anchor)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즉, 1위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면, 그것이 ‘새로운 업계 표준 가격’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다. 그간 스타벅스가 아메리카노 한 잔에 4100원을 받으니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탐앤탐스 등도 한동안 똑같이 4100원을 받은 것이 대표 사례다.
셋째, 모종의 ‘간접 담합’이 있을 수 있다. 동종 업계 실무자들은 경쟁사라도 친한 경우가 많다. 정부나 학계에서 주관하는 각종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고, 협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자 정보 보고를 위해 경쟁사 동향 파악에 주력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경쟁사와 정보 교환이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종 업계 실무자끼리 단톡방을 운영하거나 체육대회 같은 친목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주고받은 내밀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각 사 경영진이 의사 결정을 내린다. 가격 인상 같은 중요한 의사 결정도 사전에 실무자 선에서 인상률과 인상 일정이 교환, 조정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귀띔했다.
다만, 앞으로는 이런 간접 담합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처벌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을 개정, 경쟁 사업자끼리 가격 정보를 사전에 교환할 경우 담합 행위로 제재하기로 했다. 가격을 비롯해 생산량·원가·재고·판매량 등 민감 정보가 모두 포함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사업자들이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폭과 관련한 정보를 서로 공유한 뒤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올려도 처벌이 어려웠다. 정보 교환은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부당한 공동 행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동결·인하는 오답
▷원가·기회비용·소비자 수용도 감안 ‘적정가’ 찾아라
경쟁사들이 가격을 인상할 때 나 홀로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한다면 어떨까. 당장은 소비자에게 ‘착한 가격’이라는 호평을 받을 수 있어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다. 일례로 치킨 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섰던 2017년 또봉이통닭은 나 홀로 ‘한 달간 10% 가격 인하’를 단행,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장병들에게 또봉이통닭 230인분을 제공했을 정도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가격 동결이나 인하가 마냥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격 인상의 기술’ 저자이자 세일즈 전문가인 이시하라 아키라 일본경영교육연구소 대표는 “가격 인하가 소비자를 위한 일이라는 인식은 기업의 착각”이라고 역설한다. 무분별한 가격 경쟁이 기업의 체질을 악화하고 나아가 시장 전체의 품질을 떨어트린다는 논리다.
‘고객 수와 판매량 증가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골자다. 예를 들어 원가가 700원, 제품 가격이 1000원인 제품이 있다고 해보자. 이때 가격을 200원 내려 800원에 팔면 이익은 기존의 3분의 1인 100원으로 감소한다. 판매량을 3배 늘려야 전과 같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량 증가에 따라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판매에 투입하는 인원과 시간이 3배 늘면, 경영자는 연구개발이나 투자 등 미래 전략을 구상하기보다는 현장에 얽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가격을 300원 올리면 이익은 2배로 뛴다.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어도 기존 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뿐더러 재고 관리 비용과 고객 클레임도 줄어든다. 이것만으로도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인력 활용에도 여유가 생기면서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이시하라 아키라 대표는 “가격을 책정할 때는 단순히 원가가 아닌, ‘적정 가격’에 기반해야 한다. 라멘집을 예로 들면 재료비와 임대료뿐 아니라 청결 유지에 필요한 매장 청소 비용, 작업복 세탁 비용, 연구개발비, 리모델링 비용, 사내 보유금 등도 가격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오래오래 깨끗한 매장에서 맛있는 라멘을 팔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가격 인상에도 ‘모멘텀’이 있다
외식업은 하루에도 수차례 소비자들이 가격 비교를 하는 ‘가격의 전쟁터’다. 대체재, 보완재가 넘쳐나 경쟁이 치열하니 가격 인상이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가파르게 가격이 오른 음식이 있다. 냉면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대표 외식 품목(서울 기준) 8개 가운데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냉면이었다. 평균 9000원에서 9577원으로 6.4% 급등했다. 5462원인 짜장면 가격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웠다.
원재료인 메밀, 양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지만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수요가 유지된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냉면 가격 상승의 견인차는 수년 전부터 인기가 급상승한 ‘평양냉면’이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의 만찬상에 오른 이후 평양냉면은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수요가 늘었다. 수요 곡선 자체가 이동하는 모멘텀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평양냉면은 매년 약 1000원씩 가격이 오르며 다른 면류와 차별화되는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평양냉면 덕분에 함흥냉면도 덩달아 인기를 끌며 냉면은 1만원 넘는 가격에도 잘 팔릴 만큼 수용성이 높아졌다. 반면 국수는 아무리 비싸도 8000원 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 인식이 그렇게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가격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소비자 인식’을 꼽는다. ‘히든챔피언’ 이론의 창시자로 유명한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저서 ‘프라이싱-가격이 모든 것이다’에서 가치 창출에 못지않게 ‘가치 소통’과 ‘가치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치가 성공적으로 소통되지 못할 경우 별다른 소용이 없어진다. 지불 용의 가격으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근본적 동인은 바로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다.”
▶인상은 천천히, 설명은 확실하게
▷‘미끼’는 싸게, 저관여 상품은 고마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도 물론 있다. 이럴 때는 소비자 이탈 최소화를 위한 ‘전략적 인상’이 중요하다.
상품마다 가격 인상폭을 달리하는 것이 애용되는 방법이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핵심 제품’이나 소비자 유입 효과가 큰 ‘미끼 상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올리고, 가격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저관여 상품’은 가격을 올려 마진을 확보하는 식이다.
이 분야에서는 아마존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17년 말 영국 아마존닷컴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7’ 가격을 하루 동안 510파운드에서 439파운드까지 14% 가까이 내렸다. 히트 상품 가격을 적극 낮춰 소비자는 ‘아마존은 싸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추가 구매가 이어져 전체 매출은 오히려 급증했다.
가격 인상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가격 결정 과정을 공개하는 것도 방편이다. 소비자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한 필수 조치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가격 결정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 정보 비대칭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신뢰가 낮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히, 또 진심을 담아 가격 인상의 이유를 밝히면 좋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요즘은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고 대체재를 찾기도 수월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설명에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을 한 번에 올리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과도한 가격 인상은 소비자 이탈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보통 10% 내외가 소비자가 인내할 수 있는 최대 인상폭이다. 가격 인상의 이유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인상 이전부터 꾸준히, 자주, 또 명확하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 인상된 가격에 맞는 제품·서비스 품질을 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격 책정만큼 중요한 게 제대로 된 ‘가격 실행’이다. 가격을 올린 상품을 제대로 팔아야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는 영업 인력에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김수미 맥킨지 부파트너는 “영업 인력에 대한 교육, 인센티브, 핵심 성과 지표 등 포괄적인 성과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안정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업 인력이 자신감이 있어야 고객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벤더가 아닌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해 ‘윈윈’이 되는 대화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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