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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힘들었던 2년..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Larry Kim 2021. 12. 31. 20:55

코로나로 힘들었던 2년..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 다음뉴스 (kakao.com)

 

코로나로 힘들었던 2년..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 2021 책말정산 / 저 너머의 인간 ◆ 책 한 권이 시대와 세상의 복잡한 면모를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우리네 삶을 잠시나마 되돌아보게 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두 해처럼 재난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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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성찰

◆ 2021 책말정산 / 저 너머의 인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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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책 한 권이 시대와 세상의 복잡한 면모를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우리네 삶을 잠시나마 되돌아보게 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두 해처럼 재난이 온 세계를 덮치며 수많은 관계가 끊어지고 일상이 파괴된 시간 동안에는 더욱 그렇다. 분명히 슬프고 외로운 시간이었지만, 그 슬픔 속에서도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찾아보는 행위는 인간의 특권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올해 역시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책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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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기계, 그리고 그 속도에는 결코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인간 몸의 관계를 돌아봤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SF 소설가 김초엽과 휠체어를 사용하는 김원영 변호사가 저자로 나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장애인 사이보그'로 설정해놓고 이 시대의 기술 낙관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앉은뱅이에게 "일어나 걸어라"고 말했다는 예수의 일화를 두고도 "걷지 않아도 좋으니 네 방식대로 당당히 일어나라"고 말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이들 지적 앞에서는 장애가 없는 사람도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성경의 기적처럼 언젠가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기대를 조금만 비틀어 보면 지금 당장 여기의 고통을 무시하고 무한정 유예하자는 주장이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그러니 당장이라도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계와 우리의 몸이 공존하는 법을 고민할 때다. 그래야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 자체를 긍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갈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질서 너머'는 약자, 소수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 보라고 주문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피터슨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조던 피터슨 전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의 신간이다. 페미니즘 물결에 맞서며 온라인상에서 가장 논쟁적인 지식인이 된 그는 이번에도 또 다른 당부를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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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낸 이후 3년 동안 그 자신의 변화가 컸다. 딸의 수술과 아내의 암 투병에 극단적인 스트레스까지 겹치며 극심한 불안과 불면증을 겪었던 피터슨 교수는 신경안정제 벤조디아제핀 중독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에서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고 외쳤던 그에게도 변화가 생겼을까. 이번에 피터슨 교수는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는 얘기로 나아간다. 이 밖에도 "원치 않는 것을 안갯속에 묻어두지 마라"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등의 주문이 이어진다.

이처럼 다양한 주문을 요약해보면 질서에 안주하는 대신 한발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고, 그 결과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그보다 조금 더 짧게 요약하라면 아마도 "징징대지 말라"는 꾸짖음이 될지도 모른다. 특정 이데올로기나 질서에 빠지지 말고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라는 주장은 다소 보수적으로 보이지만 그가 말하는 인간상이 오늘날의 젊은 남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에게 강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워주는 어른이 부족한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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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가 심지 굳은 강한 삶을 강조한다면 진화인류학자는 다정함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통해 '적자생존'의 통념에 반기를 든다. 역사가 이들의 주장을 증명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자신들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셌던 고인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살아남았고, 역시 크고 강한 늑대는 멸종 위기에 처한 반면 작고 귀여운 개는 인간과 함께 번성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인류가 오늘날의 인류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 협력하고 소통하며 친화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주장은, 더 많은 적을 정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친구를 맺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주장은 읽는 이를 기쁘게 만든다.

다만 이 책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다정함과 친화력을 넘어 외집단을 향한 혐오와 배척까지 고민하는 부분에 있다. 아기 곰과 함께 있는 엄마 곰이 가장 위험한 동물인 것처럼 우리와 타인을 나누는 순간 다정함은 잔인함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당분간 계속될 코로나 시대에 어차피 우리는 함께 뛰어야 한다. 타자를 비인간화하지 않을 때 마치 2인3각 경기처럼 진행되는 코로나 시대의 삶도 살아낼 만해질 것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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